(詩)「문어 생을 위한 건배」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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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쓴이 : 마시마니 |
(詩)「문 어」
「문어 생을 위한 건배」
시인 이 병 진
돌문어! 죽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
도마 위에 어슷하게 드러누운
오톨도톨하고 탱글한 근육질 다리
그 질감에서
3억년1)을 버터온 옹골찬 삶의 공식을 봤다
그는 태어날 때부터 홀로서기다2)
아비는 한 번의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
어미는 한 번의 산란을 하고 생을 마쳤다
성게 불가사리와 싸우며
먹물 같은 반년을 이겨낸 어미의
뜨겁디뜨거운 사랑이 세 개의 삼장3)을 빚었다
그래서 그의 DNA는 당당하다
또르르 말고 주르르 펴고 납작 엎드리긴 하나
비굴하게 무리지어 본적 없다4)
민대가리라고 놀리지마라
머리에 군더더기를 깍아낸 대신
여덟 개의 자유로운 영혼을 심었다.
그 속은 바다보다 깊고 영명하여
글월문(文)을 이름으로 쓴다
흐느적린다고 비웃지 마라
뼈대는 없어도 줏대는 있다
누구네 제사나 잔치 땐 마당발처럼 나타나
슬픔은 빨판으로 빨아들이고
기쁨은 잘게 썰어 두루두루 나눈다
죽도시장에는 오늘도
뼈 없는 삶이 뼈 있는 가르침을 주는데
돌문어 천개의 족적이 하얀 꽃으로 핀 그날
나는 그의 장엄한 일대기를 위해 잔을 들었다
건배!!
1) 문어는 고생대에 출현했다.
2) 문어가 알에서 부화했을 때 이미 그의 부모는 죽고 없다.
3) 문어의 심장은 3개이다
4) 문어는 떼를 지어 다니지 않는다
출처: 이병진 시인의(詩) 「돌문어 생을 위한 건배」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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